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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의 독서

생각이 많아지는 책, <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

by 별날(byeolnal) 2025. 9. 29.

 

 

<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 아라이 유키 지음.

일본의 장애인 운동 단체 푸른잔디회의 운동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

 

여름 내리 미치도록 바쁜 스케줄을 끝내고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왔다. 사실 6월쯤에 도서관에 신청해 둔 책이었는데 이 책이 도착했던 날이 내 출국 전날(...)이었으며 돌아오고 나서는 9월 초까지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정신줄 놓고 일하는 바람에 책 빌리러 갈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ㅠㅠ

 

 

 

책에서 지적한 대로,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나도 모르게 '얼마나 힘들었으면'하고 가해자를 걱정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명백히 살인 사건이니까 가해자에 감정 이입을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살해당한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해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람을 해친 사건임은 분명하니까. '그 사람들을 향했을 터인 살의가 비관이나 동정 등의 말로 포장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차별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태어날 아이의 장애 유무로 선별한다는 것이 현재 사회에 살아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났을 때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도 지금 그 장애를 갖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례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는 걸 꺼려하는 것일 텐데, 앞뒤가 거꾸로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을 수도 있을까? 여전히 너무 어려운 문제 같고, 복잡한 생각이 든다.

 

 

 

또 하나 마찬가지로 여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이거였다. 중증 장애인은 부모나 가족의 보호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도 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거라는 점. 비장애인을 가르칠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비장애인 역시 한 명의 독립된 개체로서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 등에 차이가 있지 않나? 그걸 생각하면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교육해서 독립하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하지 않나?

이런 걸 생각하고 나니 앞선 질문도 다시 고민하게 됐다. 장애를 지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은 아이를 평생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하지 않을까? 아이를 독립된 개체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니 평생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태 생각하지 못해 본 문제라 좀 더 많이 찾아보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지만...

 

 

 

 

단어의 중요성. 어떤 현상, 어떤 사물, 어떤 것을 인지하려면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책에서 말한 대로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차별은 너무 만연한 상태고, 우리가 그것을 보려고, 인지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걸 제대로 바라보는 눈부터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에 전부 다 공감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건 여전히 내가 차별적인 시선을 가져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찾아보고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