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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의 독서

덧씌워진 것들을 벗어던지고 성장하는 아이들, <유원>

by 별날(byeolnal) 2025. 6. 30.

 

 

백온유 작가님의 <유원>을 읽었다. 한 번에 쭉~ 읽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선한 사람이어도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거나, 걱정과 동정을 담아 가볍게 던진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엄청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라거나.

 

 

 

 

"그래도 잘 컸네." 큰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무심코 가질 수 있는 생각 아닐까. 그 말의 기저에 깔린 나의 편협함을 새삼 깨달았다. 그게 어떤 일이든, 그것이 어떤 사람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되는 것에 당위성을 주지는 않는데. 행복을 바랐다면서도 멀쩡한 걸 보면 당황한다는 대목을 읽고, 나는 과연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상을 떠난 사람 몫까지 행복하라고, 멋대로 부담을 주고 책임을 떠넘긴다. 그래, 사람은 본인 하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힘들어서 이렇게 아등바등하는데 어떻게 두 배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가벼운 말로, 가벼운 관심으로 떠넘기는 행위가 과연 옳을까 싶다. 정말로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게 맞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결이 다른 얘기지만, 262p의 유원가 엄마의 대화가 좋았다. 나를 알기도 전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가끔,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었어도 엄마는 나를 사랑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착한 아이,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은근히 내게 족쇄가 되었다는 사실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인지했다. 내가 그 틀에서 벗어나는 사람이었더라도 괜찮았을까? 어차피 그냥 과거에 대한 가정법이라 생각해 봐야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원이 엄마의 대답이 우리 엄마의 대답도 아닌데 묘하게 마음이 좋아지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유원과 수현, 정현은 모두 11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내기 위해 제 몸을 희생한 사람이 가족을 재정적 파탄에 빠뜨리고 그 아이의 부모에게 여전히 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아이들이다. 유원으로서는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니까, 수현과 정현은 자신들의 아버지니까. 하지만 정현의 말처럼 돌멩이 같은 거라고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그렇게 어떤 의미로는 내면의 평화를 찾게 되는 것이다. 아직 청소년인 주인공들이 최대한 상처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 같달까.

 

소설의 끄트머리에 유원은 자신의 위에 덧씌워져 있던 것들을 벗어던진다. 부모에게 매번 돈을 빌리러 오는 제 생명의 은인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기로 하고, 자신에게 언니를 겹쳐 보고 있는 언니 친구에게 자신으로서 자신감을 가지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으로 높고 넓은 하늘을 날며, 유원은 언니를 마주한다. 그 장면이 어쩐지 해방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유원은 이렇게 성장한다. 아마 수현도, 정현도 각자의 과정을 거쳐 성장하겠지.

 

좋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