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첫 번째인 <복수는 나의 것>. 다른 두 가지인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대학생 때 봤는데 이건 이번에 처음 봤다.
청각 장애인인 류(신하균)는 아픈 누나를 위해서 신장을 기증하려고 하는데 혈액형이 맞지 않아 기증에 실패한다. 낙담한 류는 전재산인 천만 원으로 장기 밀매 조직을 찾아간다. 하지만 오히려 류는 천만 원과 함께 자신의 신장을 빼앗기는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런데 얼마 후, 누나에게 맞는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 류는 돈을 벌기 위해 여자친구인 영미(배두나)가 말하는 대로 아이를 유괴하기로 한다. 납치당한 유선의 아버지인 동진(송강호)에게 돈을 받는 데는 성공했으나, 류의 누나는 동생이 자신 때문에 납치까지 벌였다는 사실에 자살하고 만다. 류는 슬픔에 잠겨 누나를 강가에 묻으러 가는데, 그 사이에 납치했던 아이까지 사고로 강에 빠져 죽는다.
이로서 류는 류대로, 동진은 동진대로 복수에 나서기 시작한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동진이 딸이 빠져 죽은 강가로 류를 잡아 끌고 와서, 아킬레스건을 잘라 물에 빠뜨리기 직전에 한 대사다.
대사가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서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나? 했다. 그러니까 동진의 말은 아마도 '나는 착한 사람이지만 내 딸의 복수를 위해 널 죽이는 것이다, 착한 사람인 너도 네 누나의 복수를 위해 그놈들을 죽였을 테니 이해하지?'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짧은 대사에 담긴 자기 인식이 사람을 참 복잡하게 만든다.
동진은 첫 등장에 자신이 해고한 팽 기사에게 위협을 당한다. 유선의 죽음 이후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을 찾다가 팽 기사의 집에 가게 되는데, 팽 기사 가족은 이미 동반 자살을 한 뒤였다.
류는 청각 장애 때문에 누나가 고통에 몸부림 치며 신음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유선이 물에 빠졌을 때도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나가 회사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각과 결근도 잦았던 것 같다.
동진도, 류도 악의를 가지고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진은 회사 사장으로서의 결단이었을 테고, 류는 청각 장애로 인한 한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을 테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로 인해 고통을 당했고 피해를 받았다. 자기 자신을 '착하다'고 인지하는 두 사람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류는 누나의 죽음이 있기 이전에 이미 '유괴'라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착한 사람'의 선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같은 맥락으로, 동진이 복수를 위해 영미를 고문하는 과정에서 영미의 집을 찾아온 중국집 배달원도 역시 살해했다는 점에서, 그 또한 '착한 사람'의 선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류는 류대로 장기 밀매 조직에 복수를 했고, 동진은 동진대로 복수하고자 영미를 찾아가 고문했다. 그리고 영미의 죽음을 확인한 류는 다시 그 복수의 칼날을 동진에게로 돌린다. 이 두 사람의 얽힌 운명에서는 동진이 우세하며 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진 역시 다른 이의 손에 죽게 된다. 그들이 동진의 가슴에 꽂은 판결문에는 영미를 살해한 죄로 당신을 판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고문당하던 영미가 '내가 죽으면 우리 조직 사람이 반드시 아저씨를 찾아서 죽일 거니까 그냥 가라'라는 말을 하는데, 이 조직이 실재했던 것이다.(경찰은 영미 혼자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럼 결국에 복수에 성공한 것은 누구일까? 류는 누나의 복수에 성공하고 영미의 복수에는 실패한 것일까? 동진은 류와 영미를 죽였으니 유선의 복수에 성공했나? 영미의 죽음을 동진의 죽음으로 갚았으니 영미가 속한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은 복수에 성공했다고 봐야 하나? 아니, 결론적으로는 동진이 죽었으니 류의 복수는 결국 다른 형태로는 성공한 셈인가? 아니, 류도 동진도 결국엔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으니 복수에 실패했다고 봐야 할까? 어느 쪽이든 '복수'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완료되지는 않은 것 같다.
복수 끝에 각자의 죽음만이 남은 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겹친 불행은 두 사람을 점차 복수에 매몰되어 잔혹해지게 한다. 송강호와 신하균의 그 연기가 매우 섬찟하다.
그 외에도 컷을 연출하는 방식이라든가, 눈이 가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잘 만든 작품은 오래 시간이 지난 뒤에 봐도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 같다. 대사나 연출, 연기, 흥미로운 부분이 매우 많았다. 언젠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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